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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ra 공부해보아요

슈만, 시인의 사랑[Robert Schumann, Dichterliebe Op. 48]

슈만, 시인의 사랑[Robert Schumann, Dichterliebe Op. 48]


​1828년, 라이프치히 법과대학에 입학하게 된 슈만은 그해 가을 남독일 지역을 여행하게 된다. 이때 뮌헨에서 그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받게 된 세 작가(바이런, 호프만, 하이네)중의 한명인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특히 1827년에 발표된 하이네의 [노래의 책](Buch der Lieder)은 당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었으며 슈만 역시 이 작품에 깊이 경도되어 하이네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짧지만 강렬한 만남 이후 슈만은 음악에 더욱 심취하여 집중적인 수업을 받게 된다.
250여 편에 달하는 슈만의 가곡중 최고의 걸작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당대 최고의 피아노 교사였던 프리드리히 비크(Friedrich Wiek)의 문하에서 공부하고 있던 슈만은 스승의 딸인 클라라 비크(Clara Wiek)와 열렬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전도가 유망한 피아니스트로 미래가 보장되어있던 클라라에 비해 무명의 작곡가 지망생이었던 슈만은 스승 비크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히게 되고 이후 끝없는 법정 공방이 시작되게 된다. 소송이 시작된 지 2년 후인 1840년에야 비로소 비크는 두 사람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허락하게 된다. 이렇듯 극적인 삶을 살았던 슈만의 생애에서 1840년만큼은 가장 행복한 시기로 기록되며 이 시기에 그의 주옥같은 음악적 유산들이 집중적으로 탄생하게 된다. (가장 주요한 작품이 쏟아져 나왔던 이 시기를 ‘노래의 해(Liederjahr)’라고 부르기도 한다.)
250여 편에 달하는 수많은 가곡들 중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Op.48)이 탄생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슈만은 이 작품에서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서정적 간주곡’ 부분에 음악을 붙여 작품을 완성한다. ‘서정적 간주곡’에는 하이네의 사촌 동생이었던 아말리에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고통이 고스란히 투영되어있다.
순탄치 못한 사랑을 했던 슈만이 이 주옥같은 시어에 공감하지 못했을 리 없다. 작품 내에서 이원화된 자아를 투영하거나, 텍스트를 통해 자아를 투영하는 수법을 즐겨 썼던 슈만은 이 [시인의 사랑]에서 극적인 요소보다는 꿈결 같은 선율로 낭만성과 비극성을 극대화 시킨다. 특히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연가곡처럼 내용적인 연계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완결된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데, 제1곡~6곡은 사랑의 시작을 제7곡~14곡은 실연의 아픔에 대해서 15곡과 16곡은 지나간 청춘에 대한 허망함과 잃어버린 사랑의 고통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전 곡에 유기적인 연결성을 부여하기 위해 못갖춘마디를 사용하는 등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는 파격적인 경향도 드러난다.









Robert Schumann, 1810-1856



슈만의 가곡 <시인의 사랑>은 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의 ‘노래의 책’ 중 <서정삽입곡>에 의한 것으로 사랑의 이름으로 쓴 아름다운 가곡이다. 시인의 사랑은 모두 16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1곡부터 제6곡까지는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고, 제7곡부터 제14곡까지는 ‘실연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마지막 2곡은 지나간 청춘에 대한 ‘허무의 향수’를 노래하고 있다.



슈만은 가곡 <시인의 사랑>에서 과거의 어떤 작곡가보다 사랑의 감정을 잘 드러낸 곡을 썼다. 그것은 노랫말이 아름다운 점도 있지만, 곡의 구조에서 변화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시의 흐름에 따라 음악의 내용도 달라진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피아노 반주부가 종래의 반주 개념을 넘어서 새로운 경지를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제1곡 아름다운 5월 (Im wunderschönen Monat Mai)

5월은 일제히 들꽃이 피기 시작하고 새가 노래한다는 곡이다. 독일어 wunderschönen이란 단어는 단순히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라, ‘가슴이 설레는 느낌’을 갖는 단어이다. 제1곡의 피아노는 매우 훌륭하며, 사랑의 괴로움을 마침내 그녀에게 고백하는 감동적인 느낌의 곡이며, 동시에 5월의 향기도 담고 있는 곡이다.

노랫말 - 아름다운 5월, 모든 꽃이 필 때, 내 마음 속에는 사랑이 싹튼다. 아름다운 5월, 모든 새가 노래할 때, 나는 그 사람에게 내 마음 속을 결국 털어놓는다.



제2곡 내 눈물에서 (Aus meinen Tranen spriessen)

고조된 분위기에서 내성적인 자신의 마음을 여린 정서로 표현하고 있다.

노랫말 - 내 눈물에서 꽃은 피어나고, 내 탄식은 꾀꼬리의 노래가 된다. 그대가 날 사랑해 준다면 이 꽃을 모두 그대에게 드릴텐데, 그러면 그대의 창가에서 꾀꼬리의 노래가 울리겠지.



제3곡 장미에게, 백합에게, 비둘기에게 (Die Rose, die Lilie, die Taube)

“어떤 것이든 아름다운 것을 보면 마음이 끌린다.”고 슈만 자신이 말한 것처럼, 이 곡은 청춘의 동경으로 가득한 곡이다.

노랫말 - 옛날에는 장미나 백합이나 비둘기나 태양을 사랑했지만, 이젠 그대만이 작고, 순하고, 맑은 사랑의 샘이라오. 그대야말로 장미이며, 백합이며, 비둘기이며 태양입니다.



제4곡 당신의 눈동자를 바라볼 때 (Wenn ich in deine Augen she)

이 곡은 사랑의 속삭임을 묘사한 곡이다. 그래서인가, 노래라기 보다 속삭임에 가까운 레치타티보풍이다. 따라서 이 노래는 선율 중심이 아니라, 시의 아름다움을 드러낸 곡이다.

노랫말 - 그대의 눈을 보면 번뇌도 아픔도 사라져 버리네. 그대에게 키스하면 새로운 기운이 나네. 내가 그대 가슴에 기대면 마치 천국에 있는 것 같아. 하지만 “사랑해요.”라고 그대가 말하면 나는 울지 않을수 없어.



제5곡 내 영혼을 적시고 (Ich will meine Seele tauchen)

피아노의 아르페지오가 부드럽게 연주되어 아름다운 소곡을 만들고 있다. 백합의 미묘한 속삭임이 2절에 걸쳐 노래가 되어 흐른다.

노랫말 - 나는 이 마음을 백합의 성배에서 목욕하고 싶다. 그러면 백합은 소리 내어 그 사람의 노래를 불러주겠지. 노래는 떨며 울리겠지. 즐겁던 그날 그 사람이 내게 준 키스와 같이.



제6곡 신성한 라인의 흐름에 (Im Rhein, im heiligen strome)

왼손의 옥타브는 대성당의 오르간을 표현하고, 오른손은 라인강의 물결을 표현한다. 전반의 코랄풍 선율에 대해 후반은 연인에 대한 그리움이 노래되어 대비를 이룬다.

노랫말 - 맑은 라인의 흐름에 그림자가 비취는 쾰른의 대성당. 그 안에 있는 성상은 나의 외로운 생활에 빛을 준다. 그 성모 마리아의 주위에는 천사가 날고 꽃이 핀다. 그 눈, 그 입술, 그 볼은 그 사람을 꼭 닮았다.



제7곡 나는 슬퍼하지 않으리 (Ich grolle nicht)

시인은 여인의 배신을 안다. 계속 연주되는 화음에서 배반당한 시인의 비통한 탄식이 들린다. 곡은 달콤함은 사라지고 번민의 한숨이 들리는 듯 하다.

노랫말 - 나는 탄식하지 않으리. 내 마음이 찢어지기는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여, 나는 탄식하지 않는다. 네가 아무리 다이아몬드로 꾸민다 해도 네 마음속에 빛은 비추지 않는다. 나는 꿈속에서 너를 보았다. 네 마음 속의 어둠을, 네 마음을 물어 뜯는 뱀을, 나는 네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알고 있다. 연인이여, 나는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제8곡 꽃이 안다면 (Und wüßten's die Blumen, die kleinen)

노여움은 어느새 슬픔으로 바뀐다.

노랫말 - 내가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지 저 작은 꽃이 안다면, 내 아픔을 아물게 하려고 같이 울어줄텐데, 내가 얼마나 앓고 있는지 저 꾀꼬리가 안다면 위안의 노래를 불러줄텐데. 내가 얼마나 탄식하고 있는지 저 별이 안다면, 높은 곳에서 내려와 나를 돌보아줄텐데, 하지만, 모두 알아주지는 않는다. 오직 한 사람만이 그것을 알고 있다. 바로 자기 손으로 내 마음을 찢어놓은 그 사람이.



제9곡 울리는 것은 플루트와 바이올린 (Das ist ein Flöten und Geigen)

이 곡은 완전한 피아노곡으로 렌틀러풍이다. 실연 당한 젊은이가 그의 연인이 다른 사람과 추는 혼례의 춤을 손톱을 깨물면서 바라보는 모습을 묘사한다.

노랫말 - 저것은 플루트와 바이올린이다. 나팔도 울려 퍼지고 있다. 춤추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던 그 사람이다. 징은 소리 높이 울리고 샬미(목관악기로 리드악기의 일종)도 울린다. 그 사이에 희미하게 들려오는 천사의 울음소리



제10곡 연인의 노래를 들을 때 (Hör' ich das Liedchen klingen)

민요적이고 소박하여 마음을 파고 드는 슬픔을 가진 곡이다. 11마디에 걸친 반주도 슈만답다.

노랫말 - 예전에 그 사람이 노래해 준 저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괴로워서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쓰라린 마음을 참지 못하여 산으로 달려가면 눈물 속에 큰 슬픔도 녹는다.



제11곡 젊은이는 소녀를 사랑하고 (Ein Jüngling liebt ein Mädchen)

슈베르트적인 발라드풍이며, 특징적인 싱커페이션이 남 얘기하듯, 냉소적인 풍자를 담아낸 곡이다.

노랫말 - 옛날에 어느 젊은이가 어느 처녀에게 반했는데, 그 처녀는 다른 남자에게 반했다고 한다. 다른 남자는 또 다른 여자에게 반해서 그 여자와 살게 되었다는군. 처녀는 화가 나서 그냥 지나치는 사나이의 아내가 되었다는데, 젊은이가 무척 슬퍼했단다. 이것은 옛이야기지만 늘 새롭단다. 그리고 그 얘기가 자신에게 일어난다면 마음이 두 동강이 나버리겠지.



제12곡 밝은 여름 아침에 (Am leuchtenden Sommemorgen)

부드럽게 시작하는데, 하행하는 피아노의 펼침화음이 색채감을 더하고, 부드럽게 마친다.

노랫말 - 밝은 여름 아침에 정원을 거니노라면 꽃은 서로 속삭이고 있는데, 나는 잠자코 있다. 꽃들은 가엽다는 듯 나를 보고, “우리 자매를 화나게 해선 안돼요. 슬픈 듯이 창백한 분!”이라고 말한다.



제13곡 꿈속에서 나는 울었다 (Ich hab’ im Traum geweinet)

이 곡은 레치타티보풍으로 사랑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노랫말 - 그대가 무덤에 간 꿈을 꾸고 난 울었다. 잠이 깨어도 눈물은 아직 볼을 타고 흐른다. 그대가 나를 버린 꿈을 꾸고 나는 울었다. 눈을 뜨고도 나는 오래오래 흐느끼고 있다. 그대가 변함없는 성실을 보여준 꿈을 꾸고 나는 울었다. 눈을 떠도 눈물은 끝없이 흐른다.



제14곡 밤마다 꿈속에 (Allnächtlich im Traume)

이 곡은 사라져가는 청춘의 마지막 순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노랫말 - 밤마다 꿈에서 그대와 만나면, 나도 몰래 소리 높여 그대의 발아래 울며 쓰러지네. 그대는 슬프게 나를 보고 블론드의 머리를 쓰다듬네. 그대의 눈에서 진주의 눈물이 소리 없이 떨어지네. 그대는 남모르게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사이프레스(애인의 죽음을 상징하는 것)의 꽃다발을 주네. 꿈에서 깨어나면 꽃다발도 아무것도 안보이고 들려준 말조차 잊어버리네.



제15곡 옛이야기 중에서 (Aus alten Märchen winkt es)

시가 약동함에 따라 음악도 전곡 중 가장 강열한 다이내믹을 요구한다. 지금까지의 악몽을 날려버리는 것으로 그간 모든 것이 허무였음을 이야기한다.

노랫말 - 옛 동화의 나라에서 흰 손이 부른다. 마법의 나라의 노랫소리가 마음을 흔든다. 황금의 석양에 꽂은 새색시처럼 빛난다. 나무들은 웅성거리고 샘물도 높게 소리를 내고 있다. 아아, 저 나라에 갈 수 있다면, 번뇌를 모두 버리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아아, 기쁨의 나라여, 꿈에서는 잘 보지만, 아침 해가 떠오르면 금방 거품이 되어 허무하게 사라진다.



제16곡 지겨운 추억의 노래 (Die alten, bösen Lieder)

지금까지 동경은 큰 관에 넣어 바다에 버리려고 한다. 관은 하이델베르크의 술통보다 커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15마디의 후주 다음 이어지는 새로운 악구의 반복으로 각각의 회상 속에 '시인의 사랑' 전곡을 마무리한다.

노랫말 - 지겨운 추억의 노래를 묻어버리고 싶으니 큰 관을 가져오라. 그 관은 하이델베르크의 술통보다 커야 한다. 두꺼운 판자로 된 관대도 가지고 오라. 그것도 마인츠의 다리보다 길어야 한다. 12명의 남자를 데리고 오라. 크리스토프보다 센 남자라야 한다. 그자가 이 관을 메고 바다에 가라앉히는 거야. 어째서 그렇게 크고 무거운 관이 필요한지 아는가. 내 사랑과 번뇌를 그 안에 놓았기 때문에.




https://youtu.be/EZLjf_m6j0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