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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ra 공부해보아요

Purcell: The Fairy Queen / Act 1 - Scene Of The Drunken Poet: "Fill up the Bowl"


Purcell: The Fairy Queen / Act 1 - Scene Of The Drunken Poet: "Fill up the Bowl"



The Fairy Queen Z629, ACT 1: Scene of the Drunken Poet: Fill up the bowl
헨리 퍼셀 요정의 여왕 중 술 취한 시인의 노래 ‘잔을 채워라’
Purcell, Henry 1659~1695 영국

Purcell: The Fairy Queen
℗ 1982 Deutsche Grammophon GmbH, Berlin
Released on: 1982-01-01

Judith Nelson · Elisabeth Priday · David Thomas
English Baroque Soloists · John Eliot Gardiner · The Monteverdi Choir

헨리 퍼셀 요정의 여왕
The Fairy Queen
헨리 퍼셀의 세미 오페라 〈요정의 여왕〉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을 각색한 것으로, 연극과 음악, 무용, 그리고 무대 장치 등이 결합된 종합 예술이다.

연극과 오페라의 절충형인 세미 오페라
〈요정의 여왕〉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을 바탕으로 한 헨리 퍼셀의 세 번째 세미 오페라로, 1692년 5월, 영국의 도셋 가든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유나이티드 컴퍼니(United Company)가 3천여 달러가 넘는 제작비용을 들인 대작으로, 음악과 무용, 화려한 의상과 무대 장치 등이 호화롭게 펼쳐진 이 작품은 왕실은 물론 대중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오랫동안 연극 문화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던 영국에서는 이탈리아 양식의 오페라가 유럽 대륙에 비해 늦게 유입되었다. 오페라가 본격적으로 상륙하기 전 세미 오페라라는 독특한 형태의 극예술이 등장했는데, 극 오페라라고도 하는 세미 오페라는 연극적인 대사에 무용과 기악 음악, 그리고 가면극 형식의 짧은 에피소드와 화려한 무대 장치 등이 결합된 예술이었다. 세미 오페라는 1683년부터 1710년 사이에 활발하게 작곡되었으며, 퍼셀은 〈디오클레시안〉(Dioclesian), 〈아더 왕〉(King Arthur), 〈요정의 여왕〉, 〈템페스트〉(The Tempest), 〈인도의 여왕〉(The Indian Queen) 등 다섯 개의 세미 오페라를 남겼다.
〈요정의 여왕〉은 퍼셀의 세미 오페라 중 가장 길이가 길고 음악적으로도 화려한 작품으로 음악적인 구성 면에서 서곡을 시작으로 전체 59곡으로 구성되어 있고, 음악의 연주 시간만 두 시간이 넘는 대곡이다. 원작인 《한여름 밤의 꿈》과 동일한 5막 구성에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도 원작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각 막의 끝에는 화려하고 장대한 가면극이 등장한다. 당대의 세미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스토리는 연극배우들이 대사를 통해 전달하고, 각 성악가들은 노래와 음악을 통해 장면의 전환이나 주제를 암시하는 역할을 하였다.
퍼셀은 1692년 〈요정의 여왕〉의 초판을 완성하고, 이듬해인 1693년 2월, 여왕의 기념일에 상연하기 위해 음악적인 부분을 보완해 개정판을 완성했다. 1695년 퍼셀이 사망한 이후에 ‘요정의 여왕’의 악보가 분실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이후로는 남아있는 몇 개의 악곡만이 독립적으로 연주될 뿐 약 200년 동안 전곡이 연주되지 못하다가 1900년, 런던 왕립 음악원에서 총보가 재발견되면서 이 작품의 연주가 재개되었다.


The Quarrel of Oberon and Titania

진실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연인들의 유쾌한 소동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연인 사이지만 허미아의 아버지는 둘을 반대하고 허미아를 디미트리어스와 결혼시키기로 한다. 이에 두 사람은 도망가기로 한다. 한편, 목공들은 허미아와 디미트리어스의 결혼식에서 상연할 연극을 준비한다.
요정의 숲 속, 요정의 여왕 티타니아와 다툰 요정의 왕 오베론은 요정 퍽을 시켜, 눈을 뜬 후 맨 처음 만나는 상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마법의 꽃즙을 여왕의 눈에 바르게 한다. 왕의 명령을 수행하던 퍽은 우연히 도망치다 잠이 든 허미아와 라이샌더를 발견하고 두 연인의 눈에도 꽃즙을 바른다. 한참 후 잠에서 깬 라이샌더는 도망친 자신을 찾아다니던 헬레나와 마주치고는 마법에 걸려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퍽이 마법의 꽃즙을 몰래 바른 줄도 모르고 잠이 든 요정의 여왕 티타니아는 잠에서 깬 후, 당나귀 머리를 한 보텀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한편, 마법의 꽃즙 때문에, 라이샌더는 헬레나를 사랑하게 되고, 허미아는 디미트리어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두 쌍의 연인 사이에 혼란이 생기게 된다. 이 사실을 안 요정의 왕 오베론은 네 남녀를 잠들게 한 후, 다시 마법의 꽃즙을 바른다.
요정의 왕 오베론은 당나귀 머리를 한 보텀을 사랑하게 된 아내 티타니아 여왕의 마법을 풀어주고, 보텀의 모습도 원래대로 회복시킨다. 우연히 숲 속으로 사냥을 나온 사람이 잠이 든 네 남녀를 깨우자 연인들은 각자 처음에 사랑했던 상대를 찾아 사랑을 느끼게 된다.
아테네 티시어스 궁정. 숲 속을 떠나 궁정으로 돌아온 네 남녀는 한밤중에 숲 속에서 겪었던 신기한 일들을 이야기하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믿지 않는다. 네 남녀는 각자의 짝을 찾아 결혼식을 올리고, 이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요정의 왕 오베론과 여왕 티타니아가 요정들을 이끌고 나타난다. 성대한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모두 축하의 노래를 부른다.

술 취한 시인의 노래 ‘잔을 채워라’
Fill up the bowl
‘잔을 채워라’는 술 취한 시인과 요정이 등장하는 1막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노래로, 인간과 요정의 연합을 상징하는 동시에 당대 시인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희화화한 풍자적인 음악이다. 1693년 개작 과정에서 추가된 노래로, 전체 악곡 중에서 희극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 유쾌한 노래이다.
이 곡은 두 명의 소프라노와 베이스가 부르는 3중창으로 소프라노는 요정을, 베이스는 술 취한 시인이다. 술에 취한 말더듬이 시인이 요정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이 노래에서 시인과 요정은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으나 각자의 음악은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시인을 추궁하는 요정의 선율은 d단조의 빠른 4박자에 8분음표와 16분음표를 사용해 긴장감 있고 숨 가쁘게 진행되는 반면, 시인은 F장조의 느린 3박자로 진행되면서 4분음표의 단순하면서도 미끄러지듯 하강하는 선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말을 더듬는 시인의 모습은 가사의 첫 음절을 같은 음으로 반복함으로써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헨리 퍼셀, 요정 여왕
[ Henry Purcell, The Fairy Queen ]
영국 바로크 오페라의 대표 작곡가 헨리 퍼셀(Henry Purcell, 1659-1695)은 어릴 때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여 런던에서 소년합창단원으로 활동했고, 여덟 살엔 이미 성악곡을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변성기가 지난 뒤엔 왕실 악기 관리자의 조수로 일했고, 성당의 오르간 조율 감독을 거쳐 스무 살에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오르간 주자로 임명되었습니다. 음악뿐 아니라 연극에도 관심이 많았던 퍼셀은 오페라 연구에 몰두하던 중 1689년 ‘영국 최초의 본격 오페라’로 음악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디도와 에네아스(Dido and Aeneas)]를 작곡했습니다. 짧은 작품이지만 이 안에는 춤과 합창 등 다양한 양식과 함께 삶의 환희에서 죽음의 절망에 이르는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어, 오늘날에도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명작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후 퍼셀은 36년의 짧은 생애 동안 [아서 왕], [요정 여왕] 등 37편의 오페라와 극음악을 작곡했습니다. 그 가운데 [디도와 에네아스]와 함께 퍼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요정 여왕]은 2014년 올해 탄생 450주년을 맞이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1595-1596)을 토대로 한 ‘세미오페라(semi-opera)’ 작품입니다.
원래 영국 오페라의 기초가 된 것은 마스크(masque) 형식이라는 장르입니다. 이것은 신화나 우화를 소재로 해 대사, 음악, 춤, 연기가 한데 어우러지는 종합예술형식으로, 프랑스에서 생겨나 16-17세기에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퍼셀은 전통적인 ‘마스크’에 기초해 1690년경에 '세미오페라'라는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네 개 이상의 에피소드, 노래, 춤, 기악 연주를 포함한 세미오페라에서 말로 나누는 대화는 자연스럽게 음악의 장면으로 연결됩니다. 연극배우들이 맡는 주인공들은 대사만 하고, 신들, 정령들, 요정들, 목동들은 노래하고 춤추는 역할입니다. ‘관객을 정신 못 차리게 하는 것’이 이 장르의 목표라고 하며, 한마디로 ‘지루하면 죽는다’가 모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드윈 래시어가 그린 ‘당나귀(보텀)와 사랑에 빠진 요정 여왕 티타니아’의 모습.

마스크 형식을 토대로 한 세미오페라
셰익스피어는 극 속에 초자연적 존재를 등장시켜 극의 스토리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맡기곤 했습니다. 36-37편으로 알려져 있는 셰익스피어의 극들 중 상당수는 이런 초자연적 존재를 담고 있습니다. [햄릿]에 나오는 혼령이나 [맥베스]의 마녀, [한여름 밤의 꿈]이나 [템페스트]에 나오는 요정이 그런 존재들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영국 민속과 그리스 신화의 요소들을 합성한 [한여름 밤의 꿈]은 요정(fairy)들을 주요 등장인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요정의 왕 오베론(Oberon), 요정 여왕 티타니아(Titania), 오베론의 시종 퍽(Puck)을 비롯해 콩꽃 요정, 거미집 요정, 나방 요정, 겨자씨 요정 등이 등장합니다. 2막은 거의 요정의 세계를 그리고 있고, 3막에서도 시작과 끝을 요정들이 장식하며, 인간들은 오히려 요정이 장난치는 대상이 될 뿐입니다. 4막 역시 요정 장면으로 시작하고, 5막에서 인간들의 에피소드가 마무리된 뒤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은 역시 요정들의 세계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요정들은 인간을 닮은 그리스 신화의 신들처럼 사랑하고 질투하면서 인간의 삶에 자꾸 끼어들며, 언제나 춤과 노래를 즐기는 존재들로 그려지는 것도 특징입니다.
제목에 나오는 ‘한여름 밤’이란 일 년 중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 전날 밤을 가리킵니다. 축제와 패싸움으로 광란의 밤을 보내는 ‘성 요한 축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와 이교 문화가 혼합된 현상의 하나입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요정들은 아테네의 티시어스(테세우스) 공작과 아마존 여왕 히폴리타의 결혼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당시 군주인 엘리자베스 1세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여왕 히폴리타를 등장시켰다고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아득한 옛날 그리스 아테네를 배경으로, 숲에 사는 요정들(오베론, 티타니아, 퍽 등), 엇갈려 사랑에 빠진 남녀 두 커플(허미아-라이샌더, 헬레나-디미트리어스), 티시어스 공작과 히폴리타 여왕 및 공작의 결혼 축하 연극을 준비하는 직공들(당나귀로 변하는 버텀과 그 친구들), 이 세 차원의 이야기를 서로 얽히게 만들어 놓고 매듭을 풀어나갑니다.


요셉 노엘 페이턴의 ‘오베론의 시종 퍽(puck)과 요정들’ 그림.

연극 속에 노래와 춤을 혼합한 종합예술작품
아테네의 티시어스 공작은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타와 결혼하기로 약속합니다. 공작은 히폴리타에게 빠져있지만 여왕은 결혼하기까지는 품위를 지키고 싶어합니다. 그들 앞에 공작의 신하 한 사람이 딸 허미아를 데리고 나타납니다. 디미트리어스라는 훌륭한 신랑감을 추천했는데도 딸이 아버지가 반대하는 남자 라이샌더와 결혼하려 한다면서, 공작에게 문제의 해결을 청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한편 요정의 왕 오베론은 요정의 여왕 티타니아가 인도에서 데려온 어린 시종을 탐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티타니아가 시종을 넘겨주지 않자 심술이 난 오베론은 요정 퍽(Puck)을 시켜 잠든 티타니아의 눈에 마법의 꽃 즙을 뿌립니다.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숲으로 야반도주합니다. 그러자 디미트리어스는 허미아를 쫓아 숲으로 가고, 원래 디미트리어스의 연인이었다가 그의 사랑을 잃은 헬레나는 디미트리어스를 뒤따라갑니다. 그런데 요정 퍽이 실수로 디미트리어스의 눈에 뿌릴 마법의 꽃 즙을 잠든 라이샌더의 눈에 뿌리고 라이샌더가 잠에서 깨자마자 헬레나를 보게 되는 바람에, 연인 관계는 갑자기 달라집니다. 함께 허미아를 두고 싸우던 두 남자는 이제 헬레나의 마음을 얻으려고 싸우는 겁니다.
티시어스 공작과 히폴리타의 결혼식에서 공연할 연극을 연습하기 위해 버텀을 비롯한 직공들은 숲에서 만납니다. 그곳에서 버텀은 퍽의 장난에 의해 당나귀로 변하고, 오베론의 장난으로 꽃 즙을 눈에 뿌린 티타니아는 당나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그와 꿈결 같은 밤을 보내게 됩니다.
결국 오베론과 퍽에 의해 혼란스런 상황은 정리되고 모두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연인들은 원래의 짝과 하나가 되고, 모두는 화해하게 됩니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 버텀은 친구들을 만나 함께 공작의 결혼식 피로연 축하공연을 갖고, 요정들도 모두 공작의 성으로 와서 자기들끼리 멋진 무도회를 즐깁니다.
원작 그대로 5막으로 이루어진 퍼셀의 [요정 여왕]에는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 속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합니다. 허미아, 라이샌더, 디미트리어스, 티시어스 공작, 허미아 아버지, 오베론, 티타니아, 퍽, 아마존 아이, 직공들 등 셰익스피어 원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노래를 부르지 않는 대사 배역입니다. 이 극의 장면 사이사이에는 노래와 춤이 등장하는데, 여기 참여하는 인물들은 성악가이거나 무용수들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배역들은 시인(베이스), 산책하는 사람들(소프라노, 베이스), 새들의 왕(테너), 요정 1, 2, 밤, 신비, 목가적인 사랑, 사랑의 탄식(소프라노), 침묵(알토), 목동(바리톤), 잠(베이스), 아폴론(테너), 봄(소프라노), 여름(알토), 가을(테너), 겨울(베이스) 등입니다.
퍼셀 특유의 전아(典雅)하고 서정적인 또는 유쾌하고 쾌활한 멜로디가 귀를 즐겁게 해 줍니다. 특히 소프라노 엠마 커크비를 비롯해 여러 가수들의 노래로 유명한 명곡 [오, 울게 내버려 두세요(O, let me weep)] 같은 절절한 슬픔의 노래가 있는가 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천 가지 방법(A thousand ways we’ll find to entertain the hours)] 같은 활달하고 코믹한 노래도 들어 있습니다.
런던에서 1692년에 [요정 여왕]을 초연한 뒤 3년 만에 퍼셀은 세상을 떠났고, 그때 악보가 소실되었습니다. 1703년에 20기니를 상금으로 걸고 악보를 찾으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19세기 말에 거의 완전한 악보가 왕실 음악아카데미에서 발견되었고, 1903년에 퍼셀 협회가 창립되면서 그때부터 이 작품은 다시 고음악 페스티벌에서 공연되기 시작했습니다.
지휘자 윌리엄 크리스티는 루시 크로우, 캐롤린 샘슨 등의 뛰어난 가수들 및 계몽시대 오케스트라, 글라인드본 합창단을 이끌고 이 작품을 2009년 글라인드본 무대에 올렸습니다. 당시 연주 수준도 탁월했지만, 조너선 켄트가 연출을 맡았는데 색채와 형태가 눈부시게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장면 전환이 변화무쌍하고, 유머감각까지 가득한 프로덕션이었습니다.



오페라에서 티타니아 여왕(페니 도니)이 당나귀 보텀(크리스토퍼 벤자민)과 사랑에 빠지는 장면.
2014년 글라인드본 무대. 조너선 켄트 연출, 로렌스 커밍스 지휘

사전 지식
당시의 다른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오페라와 발레의 합작품이다. 이를 세미오페라라고 부른다. 음악적 요소는 초자연적 등장인물들에 적합하게 표현되어 있다. 정령들이나 님프들의 춤이 훗날 마스크(가면극)의 기본으로 발전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요정의 여왕>의 줄거리는 베냐민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과 같지만, 퍼셀의 오페라는 셰익스피어의 드라마에 그리스 신화를 가미한 것으로, 이 오페라에는 수많은 신과 정령이 등장하며 화려한 무대장치 때문에 제작비가 엄청나게 드는 작품이다.

줄거리
이지어스(Egeus)는 그의 딸 허미아(Hermia)와 함께 테세우스의 궁전을 방문한다. 이지어스 왕의 딸인 허미아는 라이샌더(Lysander)라는 청년을 사랑해 결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지어스는 딸 허미아가 디미트리어스(Demetrius)와 결혼하기를 바란다. 디미트리어스도 허미아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세우스 대공을 찾아온 것이다. 아테네의 법에 따르면 딸은 아버지가 정해준 사람과 무조건 결혼해야 한다. 또 다른 선택이 있다면 신전의 여사제가 되어 일생을 독신으로 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처형되어야 한다.
테세우스 대공은 만인이 아테네의 법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자기 의무라고 말하면서 모두에게 며칠 여유를 줄 테니 마지막 결정을 하라고 한다. 그런데 디미트리어스는 허미아의 친구 헬레나(Helena)를 유혹해 애인으로 삼았다가 차버린 적이 있다. 그렇지만 헬레나는 디미트리어스를 여전히 사랑한다. 한편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아테네의 법이 미치지 않는 다른 나라로 도망쳐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허미아는 친구 헬레나를 찾아가 디미트리어스의 마음을 빼앗아 그가 자신을 포기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이윽고 허미아는 라이샌더와 함께 숲으로 도망친다. 이 사실을 안 디미트리어스가 두 사람을 추격한다. 그 뒤를 헬레나가 쫓는다.
숲 속에서 요정의 나라 오베론(Oberon) 왕과 티타니아(Titania) 왕비가 고아가 된 인도 소년을 누가 기를 것인지를 두고 서로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오베론 왕은 시종 퍼크(Puck)에게 마법의 꽃을 찾아오도록 지시한다. 큐피드의 화살에 맞은 팬지의 액을 잠들어 있는 사람의 눈에 떨어뜨리면 깨어나서 처음 보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고 한다. 오베론 왕은 이 액을 티타니아의 눈에 떨어뜨리고는 퍼크에게 디미트리어스의 눈에도 떨어뜨리라고 지시한다. 잠에서 깨어나 헬레나를 보면 사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퍼크는 라이샌더를 디미트리어스로 착각해 그의 눈에 사랑의 묘약을 떨어뜨린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헬레나가 혹시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라이샌더를 깨운다. 잠에서 깨어난 라이샌더는 헬레나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몇몇 사람이 연극 연습을 하러 숲 속으로 온다. 이들은 어떤 귀한 분의 결혼식에서 하객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연극 공연을 할 예정으로, 연극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대본에 나오는 신랑, 신부의 부모를 달과 별로 고쳐 쓴다. 퍼크가 나타나 당나귀 머리 모양의 가면을 연극 연습 중인 옷감장이 보텀(Bottom)에게 씌운다. 때마침 잠에서 깨어난 왕비 티타니아는 당나귀 머리의 보텀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디미트리어스와 라이샌더는 헬레나와 허미아를 만난다. 이 네 사람이 펼치는 사랑의 코미디가 정말 가관이다. 누군가 한 사람은 큰 낭패를 볼 참이다.
이 광경을 본 오베론 왕은 퍼크에게 복화술을 써서 우선 라이샌더와 디미트리어스를 떼어놓도록 지시한다. 캄캄한 숲 속에서 길을 잃은 라이샌더는 피곤이 몰려와 그 자리에 쓰러져 잠이 든다. 한편 디미트리어스도 피곤에 지쳐 잠에 떨어진다. 퍼크가 이들의 눈에 사랑의 묘약을 다시 떨어뜨린다. 오베론은 해독제와 같은 약을 라이샌더와 티타니아의 눈에 떨어뜨려 준다. 잠에서 깨어난 디미트리어스가 헬레나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이윽고 테세우스 대공이 등장한다. 대공은 모두 제짝을 찾은 것을 보고 다행으로 생각한다. 연극 연습하러 왔던 사람들이 공연을 시작한다. 연극을 관람한 테세우스 대공과 사람들은 비록 형편은 없었지만, 모두 진지하게 공연한 것을 치하한다.

추천음반
지휘자 Roger Norrington
연주자 Schütz Choir of London, London Classical Players
녹음연도 1999년 레이블 Virgin 7243 5 61955 2 3
오늘날 셰익스피어에 대한 경외심이 너무나 대단해 『한여름 밤의 꿈』의 음악에 맞는 새로운 장면을 집어넣거나 여러 부분을 고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퍼셀은 이 곡에서 막마다 연장된 간주곡을 작곡했던 것 같다. 줄거리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거의 따르지 않았으며 어떤 부분은 당시 런던 사교계의 모습에서 착안하기도 했다. 가령, 술 취한 시인의 장면에서는 말을 더듬는 시인이자 극작가인 토마스 뒤페를 잔인하게 풍자했다.
또한 2막의 밤 장면에 나오는 곡은 무척 아름다우며 특히 잠이 든 티타니아의 눈에 오베론이 마법의 즙을 짜 넣을 때에는 환상적인 노래와 흥겨운 춤곡들이 나온다. 한편 테너인 멍청한 코리돈과 베이스인 몹사가 우스꽝스럽게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질질 끌면서 가성으로 노래를 부른다. 이국적인 외국 문물에 열광하는 런던 사교계의 모습은 5막에 나오는 낙원을 중국 정원 풍으로 꾸민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중국 남녀의 노래와 원숭이들의 춤도 곁들여진다. 그러나 하이라이트는 로레인 헌트가 부른 <애가>로, 가수가 반복되는 기초 저음 위로 들리는 오보에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이 곡은 《디도와 아에네아스》의 마지막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애가에 필적한다. 퍼셀은 1691년 12월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지만 무대, 의상, 리허설을 준비하느라 공연은 두 번이나 연기되었다가 1692년에 비로소 초연이 이루어졌다. 헌트, 수잔 비클리, 마크 패드모어, 데이비드 윌슨-존슨으로 구성된 로저 노링턴의 솔로 팀은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연주를 들려준다.

음반
The Scholars Baroque Ensemble
Naxos 8.550660/1 (2 CDs)
Small-scale forces but no less lively, at a bargain price

The Tempest
Aradia Baroque Ensemble · Kevin Mallon
Naxos 8.554262
Shakespeare play adapted and enhanced with music

Ayres for the Theatre
The Parley of Instruments · Peter Holman
Hyperion Helios CDH 55010
Instrumental suites from plays for which Purcell provided music, performed on periodinstruments
[네이버 지식백과] 요정의 여왕 [The Fairy Queen]



영국 음악의 자존심
헨리 퍼셀
Henry Purcell 출생 1659경, 런던 사망 1695. 11. 21, 런던
바로크 시대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짧은 생애 동안 다양한 장르에 걸쳐 엄청나게 많은 곡을 남겼다.
퍼셀이 등장하기 전까지 영국은 음악의 변방국이었다. 음악의 거장들을 줄줄이 배출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에 비해 내세울 만한 작곡가가 없었다. 퍼셀은 이런 척박한 토양에 한 줄기 빛을 비춘 작곡가였다. 그의 등장으로 영국은 비로소 음악사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퍼셀은 1659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작곡가, 어머니는 성악가인 음악가 집안이었다. 10살 때인 1669년, 그는 왕실교회 소년 성가대에 들어갔다. 그때 왕실 성가대장 쿠크와 P. 험프리로부터 유럽의 새로운 음악양식에 대해 배웠다. 퍼셀은 어린 시절부터 대단한 음악의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래서 종종 후대에 등장한 모차르트에 비견되곤 한다. 일찍부터 작곡을 시작했는데, 8살 때 지은 가곡이 플레이 포드 출판사가 발간하는 〈음악의 벗〉이라는 잡지에 실릴 정도였다.
1673년,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변성기를 맞은 퍼셀은 소년성가대에서 나와 왕립 악단 악기 관리인이던 존 힌제스턴의 조수가 되었다. 보수를 받지 않는 일이었지만 퍼셀은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하는 것보다 하프시코드를 조율하거나 오보에를 닦는 일이 훨씬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꾸준히 노력한 덕분에 조수가 된 지 1년도 안 되어 오르간 조율사 겸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악보 필경사로 임명되는 행운을 누렸다.
1677년, M. 록이 사망하자 퍼셀은 18세의 나이에 그 후임으로 왕실 현악합주단의 상임 작곡가가 되었다. 이때 그는 가곡과 환상곡을 작곡했는데, 특히 대위법으로 쓰인 그의 환상곡은 바로크 시대 최고의 환상곡으로 꼽힌다.
1679년, 퍼셀은 존 블로의 뒤를 이어 약관의 나이에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오르가니스트 겸 작곡가가 되었다. 이 직책을 맡음으로써 퍼셀은 안정된 급료를 받으며 마음껏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되었다. 이때 그는 성 랜스 가에 있는 사택도 함께 받았는데, 생을 마칠 때까지 이 집에서 살았다. 안정된 직장을 얻은 퍼셀은 그로부터 1년 후 결혼을 했다. 결혼으로 두 명의 자식을 얻었는데, 이 중 에드워드는 나중에 오르가니스트 겸 작곡가가 되었다.
이 후 몇 년간 퍼셀은 눈부신 활동을 벌였다. 영국 왕 찰스 2세는 퍼셀에게 많은 임무를 맡겼으며, 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제임스 2세와 윌리엄 3세, 메리 여왕도 계속해서 그에게 일을 주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오르간 제작과 궁정의 악기 관리였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임무는 곡을 쓰는 것이었다. 그는 영국교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의 종교의식을 비롯해 중요한 국가 행사, 기념일이나 축일, 그 밖의 공적인 행사에서 연주할 음악을 지속적으로 공급했다. 여기에 더해 왕실 바이올린 악단을 위한 곡도 계속 써야 했고, 늘어나는 가곡에 대한 수요도 채워야 했다. 퍼셀이 요절했음에도 그토록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퍼셀은 왕실 음악가로 일하던 1689년, 친구가 운영하는 첼시 여학교 학생들을 위해 〈디도와 아에네아스(Dido and Aeneas)〉라는 오페라를 썼는데, 나중에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그는 그 외에도 50여 곡에 달하는 부수음악과 다수의 오페라나 하프시코드를 위한 작품을 남겼다.
이렇게 많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 퍼셀은 엄청난 격무에 시달리다가 과로로 쓰러져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1695년에 3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되었으며, 유해는 오르간이 있는 사원의 북쪽 측랑에 묻혔다.
퍼셀의 작품은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을 특징으로 한다. 그는 왕실 바이올린 악단의 상임 작곡가로 일하고 있을 때 기악을 위한 환상곡을 많이 썼는데, 그의 환상곡은 오늘날까지 이 분야 최고의 명곡으로 꼽힌다. 이 중 1680년경에 작곡한 〈환상곡(Fantasia)〉 중 〈3성부 환상곡 제1번 d단조〉는 모두 13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3성부를 위한 곡이 세 곡, 2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의 4성부를 위한 곡이 아홉 곡, 2대의 바이올린과 2대의 비올라, 첼로의 5성부를 위한 곡이 한 곡이다. 이 곡은 도리아 선법(Dorian mode, 중세 서양 음악의 음계인 교회 선법 중 하나)으로 작곡되었으며, 보통 빠르기로 연주한다. 화성적 감각이 뛰어나 매우 현대적인 느낌을 주며, 면밀한 대위법 기법에 충실한 울림을 담고 있다.
여러 장르의 음악 중에서 퍼셀이 특히 관심을 가진 분야는 성악이었다. 그는 영국 왕실 행사와 왕실 교회의 예배를 위한 합창음악부터 극장용 음악, 오페라, 간단한 가곡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성악곡을 썼다. 그의 성악곡은 자연스럽게 말하듯이 구사하는 영어 가사 붙이기와 감동적인 선율,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은 밝고 화사한 화음과 정교한 감정 표현을 특징으로 한다.
대표적인 가곡인 〈오! 고독이여!(O! Solitude)〉는 1687년경 작품으로 캐서린 필립스가 1667년에 쓴 서정시 노트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이다. 교회음악은 아니지만, 종교적 영감이 묻어나는 고독의 찬가이다.
오! 고독이여! 나의 가장 달콤한 선택. 밤에게 바쳐진 곳,
소란과 소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그 고독 속에서
내 분주한 상념들이 얼마나 깊은 위안을 얻었던가!
멜로디는 아주 단순하고 감상적이며, 단순함 속에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퍼셀 가곡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는 곡이다.
퍼셀의 오페라 작품은 다른 장르에 비해 수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그의 유일한 오페라인 〈디도와 아에네아스〉는 단번에 영국 오페라 수준을 최고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오페라는 1689년 퍼셀이 친구가 운영하는 첼시의 여자 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작곡한 것이다. 내용은 고대 북아프리카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것인데, 우아하고 기품 넘치는 선율과 강렬한 극적 표현, 기악 파트의 눈부신 색채감을 자랑하는 바로크 오페라의 걸작으로 꼽힌다. 특히 3막에서 디도가 죽기 직전에 부르는 비가(Lament) 〈내가 죽어 땅에 묻힐 때(When I am laid in earth)〉는 서양 음악사상 최고의 비가로 꼽힌다.



내가 땅에 묻힐 때
내 잘못이 당신에게 더 이상 해가 되지 않기를.
나를 기억해 주세요. 나를 기억해 주세요.
아! 하지만 나의 이 운명만은 잊어 주세요.
이 아리아가 시작되기 전에 8마디에 걸쳐 낭송조의 레치타티보가 나오는데, 7도 음정을 순차적으로 하행시키며 죽어 가는 디도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아리아는 아련한 슬픔을 담은 바로크 비가의 격조 높은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그 밖에도 극음악 작품으로는 1692년경에 작곡한 세미 오페라 〈요정 여왕(Fairy Queen)〉이 있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을 바탕으로 만든 것인데, 중간에 전체적인 이야기 줄거리와 상관없는 춤곡 장면이 많이 삽입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을 주지만, 요정 여왕 티타니아가 부르는 〈오! 나를 울게 해 주오(Oh! Let me weep)〉처럼 슬픈 노래도 있다. 남편인 오베론과 사이가 틀어진 티타니아는 '오! 나를 울게 해 주오. 나를 영원히 슬픔 속에서 울게 해 주오'라고 노래한다. 같은 가사를 여러 번 반복하는데, 가사의 내용 그대로 매우 비통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이 아리아에는 오보에 독주가 첨가되는데, 애수를 띤 오보에 소리가 노래의 비통함을 더욱 심화시킨다.
그 밖의 작품으로 앤썸 〈시온에서 나팔을 불어라〉, 세속노래 〈술 마시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트럼펫과 현악을 위한 소나타〉, 영국 교회를 위한 예배음악 〈메리 여왕의 장례〉, 극음악 〈오이디푸스〉, 세미 오페라 〈인도의 여왕〉 등이 있다.